HBM 다음은 로봇?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피지컬 AI' 는?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를 보면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올리며 연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테크 시장을 관찰해 온 한 사람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반도체 호실적 이면에 숨겨진 진짜 메가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AI가 LLM(대화형 인공지능)을 넘어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구동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입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현대차의 아틀라스같은 2족 보행 휴머노이드를 내보인적이 없는 것 같아 좀더 깊이 알아보았습니다. 반도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쥔 삼성전자가 과연 이 피지컬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문득 강한 호기심이 생겼고, 그 내막을 깊이 있게 파 보았습니다. 그 구체적인 전략과 준비 현황을 공유합니다.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와 삼성전자의 접근 전략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명이었다면, 피지컬 AI는 로봇공학,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우리 눈앞의 물리적 환경을 직접 제어하는 하드웨어 융합 기술을 의미합니다.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중성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먼저 공개하며 이목을 끌 때, 삼성전자는 매우 철저하고 실용적인 로드맵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선(先) 제조자동화 기술 축적, 후(後) 사업화 확장' 기조입니다.
삼성은 대외적인 과시용 로봇을 만들기보다, 자사의 거대한 반도체 및 가전 제조 공장을 하나의 거대한 'AI 로봇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제조 현장에서 정밀 제어 능력을 완벽히 검증한 뒤, 이를 홈 가전 및 범용 비즈니스 시장으로 넓혀가겠다는 실리주의적 접근입니다.
삼성 피지컬 AI의 4대 핵심 준비 과제
현재 삼성전자가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여 추진 중인 준비 사항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정밀 조작 전담 조직 '핸드랩(Hand Lab)' 신설: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같은 정밀 부품을 인간처럼 섬세하게 쥐고 조작하는 기술을 독자 확보하기 위해 최근 신설된 연구 조직입니다. 중량 중심의 기존 산업용 로봇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 레인보우로보틱스 자회사 편입 및 조직 대형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기술력을 온전히 내재화하기 위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 이상 확보하며 사실상 자회사로 편입시켰습니다.
-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구축: 5만 대 이상의 GPU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상 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반도체 공장을 구현했습니다.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기 전 가상 세계에서 피지컬 AI 알고리즘을 완벽히 시뮬레이션합니다.
- 자체 반도체 및 플랫폼 생태계 내재화: 로봇의 두뇌가 될 AI 칩셋 설계부터 파운드리 생산, 그리고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모두 내포하는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입니다.
핵심 시제품으로 보는 피지컬 AI의 현재 주소
삼성전자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구체적인 시제품과 핵심 플랫폼의 성과를 하나씩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개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동 및 양산 체계를 염두에 둔 결과물들입니다.사진은 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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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Y1 | RB-Y1 상반신 |
| 시제품 및 플랫폼 종류 | 주요 특징 및 가동 능력 | 비즈니스 내 역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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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형 양팔 로봇 (RB-Y 시리즈) | 양팔 각 7축 및 6축 외다리 구조, 한 팔당 최대 6~7kg 가반하중 지원 | 반도체 클린룸 및 가전 조립 공정 내 무작위 부품 박스 이송 및 적재 실증 |
| 홈 AI 에이전트 '볼리(Ballie)' | 자율주행 기반 가전 제어 및 내장 프로젝터를 통한 공간 스크리닝 | 가정 내 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는 스마트홈 피지컬 AI 허브 |
| 피지컬 AI 전용 칩 '가이아(GAIA)' | 4나노(nm) 공정 기반, 시각-언어-행동을 연동하는 VLA 모델 가속 칩셋 | 로봇이 실시간 시각 데이터를 받아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도록 만드는 온디바이스 두뇌 |
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바로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삼성이 왜 테슬라의 옵티머스처럼 두 다리로 걷는 휴머노이드를 곧바로 양산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실무와 제조 효율성 관점에서 접근하면 답은 명확합니다. 평평하고 정형화된 반도체 공장 내부에서는 두 다리보다 메카넘 휠 기반의 모바일 베이스(바퀴 하체)가 훨씬 빠르고 안정적이며 배터리 효율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무거운 부품을 들고 가다 넘어지는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비즈니스적 계산입니다.
원천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미 세계적인 이족보행 로봇 '휴보'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하드웨어 형태보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피지컬 AI 알고리즘'과 'VLA 엔진'을 정교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입니다. 완벽한 두뇌가 완성되는 순간, 이미 확보한 이족보행 하체 기술과 결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아래 사진도 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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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BO2 | DRC-HUBO | FX-2 |
| Korea’s Humanoid Robot | World’s Best Disaster Response Robot | 2018 Pyeongchang Winter Olympics torch relay robot |
| 2009년에 공개된 대한민국 최초의 '가볍게 달릴 수 있는'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 201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주최한 세계 최고의 로봇 대회(DRC)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입니다. | 2018 평창 동교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여하여 화제를 모았던 '탑승형(메카닉)' 거대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
공식 발표된 로드맵과 19조 원의 양산 계획
그렇다면 본격적인 양산과 현장 도입 시기는 언제일까요? 최근 공개된 청사진에 따르면 전략적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 2026년 (공장 투입 및 실증): RB-Y 시리즈를 포함한 상반신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삼성전자 반도체 및 가전 생산 라인에 실제 배치하여 24시간 실증 데이터를 축적합니다.
- 2028년 (범용 휴머노이드 양산): 이족보행 기술을 결합한 하드웨어 플랫폼의 본격적인 대량 양산 및 타 기업 대상 상용화 판매를 개시합니다.
- 2030년 (완전 무인 자율공장 완성): 경북 구미에 총 19조 원을 투자하여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제조 공정의 핵심 축을 휴머노이드 로봇 체제로 완전히 전환합니다.
현재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삼성이 이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히 결합된 피지컬 AI 시장의 거대한 포식자가 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HBM을 넘어 로봇 공학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이들의 기술적 빌드업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무척 기대가 되는 시점입니다.
